설악산 신흥사의 담벼락을 끼고 비선대로 향한다.
봄날 같은 가을날 비선대까지의 거리는 3km나 되려나?
철없던 시절부터 수없이 다녔던 골짜기를
이제는 할멈과 함께 황혼빛단풍의 숲길을 걷는다.
학창 때 못다 찍어본 사진을
공짜 모델을 데리고 이제는 원없이..ㅎ~
한참을 걷다보니 숲속에 슬픈 탑비가 보인다.
제목이 <이름 모를 자유용사의 비>라.
숨어있는 비석을 보노라니 누군가의 슬픔이 전해온다.
하지만 이젠 이데올로기란 못된 치부에
벌써 다 잊어버려야 할 세상이 되었으니...ㅉㅉ
멀리 아득하게 보이는 가게
이름 모를 자유용사의 탑비를 본 후라
진열대의 나무조각들이 괜히 고약해 보인다.
가을풍경이 너무나 운치가 있어
옛 애인과의 데이트가 한층 더 즐겁다..ㅎ~
저 건널목은
꿈의 세상 도솔천을 향하는 다리인가?
정토를 향하는 길이라 생각하며...ㅎ~
햐~
좋다!
다 뉘 덕인고?
옛날 바보 같던 시절
하류의 계곡물로 밥을 지어먹고 찌개도 끓여먹었었는데
상류에 오르니 비선대에선 많은 사람들이 퐁퐁으로 코펠을 씻어대는 풍경에 기겁을..ㅠㅠ
저기가 목로주점인가?
해물파전에 토토리묵 까지 준비가 되어있으니 한잔하고 가시구려~
또 걷는다.
설악의 가을은 무척이나 맑고 멋있다.
그 속을 걷는 두 사람도 역시나..ㅎ~
눈부신 황금빛 햇살에
우리들의 심신은 벌써 정토의 깊은 곳으로..^^
할멈!
비선대에 도착하니 선녀가 다 되었구려...ㅋ~
할멈이
저기 먼 산 코 떨어진 코끼리두상을 보란다.
세계최초로 할멈이 발견을!!..ㅎㅎ~
한발 앞서 올라 계단의 난간에 기대어
기암괴석 계곡의 절경을 바라보는 할멈얼굴에 화색이 확 돈다.
아마 설악의 산약초향기와 기운이 할멈의 심신에 큰 활력소가 된 듯하니
성공한 투자다!!
오늘 저녁밥 안 먹어도 배부르겠소?
눈요기 많이 했으니...ㅎㅎ~
선녀가 되시게..
난 나무꾼이 되리니..
선경에 살려면 선녀와 나무꾼이 되어야지...ㅋ~
오십오만시간의 세월을 훨씬 넘게 살면서
이 순간의 시간은 촌음의 분초이지만
행복의 만취는 오래오래 간직하리라하며 먼 산을...
이제 돌아가야지
계곡을 따라 행복의 여운을 흩날리며 걷는다.
옛날 옛적
학창시절에 텐트를 치고 야영하던 곳을 찾아보았다.
모닥불을 피우고 앉아 놀았던 그 흔적이 아직도 그대로이다.
벌써 40년이 훨 넘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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