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30분이다.
장마가 시작되면 새벽이 적적할까 했더니
창 밖의 하늘은 뿌옇지만 잠시 비는 개고
싱그러운 산야의 향내가 잠자는 코끝을 자극한다.
요즘 거의
5시가 조금 넘으면 동네 산골로 새벽운동을 가니
맑고 상큼한 공기를 가슴깊이 들이키면 감탄의 소리가 절로 난다.
아! 이것이 행복이구나 하며.
내가 사는 아파트의 뒷문을 나서면
고려 왕건시절의 신숭겸장군 유적지가 보인다.
손주들이 오면 즐겨 노는 곳이다.
신숭겸 유적지의 뒷산이 '왕산' 이며
수년 전만 하여도 가끔씩 정상에 올랐는데
지금은 담벼락을 돌아 노인네들이 좋아하는 산책길을..
운치 좋은 새벽길
비온 뒤의 촉촉한 아스팔트 길을 따라
원시림인가 착각을 할 초입의 시멘트 임도에 들어서면
살구나무, 감나무, 매실나무를 비롯하여 분재를 한듯한 소나무들이
우아한 멋을 풍기며 나를 즐겁게 맞아 준다.
조금 오르막에 잘 닦아 놓은 흙길
구청에서 주민들을 위하여 산책길을 참잘 가꾸어 놓았다.
곳곳에 벤치를 놓고 운동을 하며 쉴수있는 쉼터들.
늘 다니면서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낀다.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밤나무의 꽃향기를 맡는 기분은 어떨까?
산새들의 지저귐에 풀벌레소리가 화음을 맞추고
황소개구리의 울음소리에 답하는 또 다른 온갖 음색들
심포니오케스트라의 훌륭한 연주가되어 감명을 준다.
새벽운동을 나온 노인네들과 눈인사를 나누며
빗물에 씻겨진 길을 따라 걷는 길동무들이여
우리 건강하게 '구구팔팔이삼사'하자 하며
걷고 또 걷고 하염없이 걷는다.
산골의 새벽이라 춥다.
조금 두터운 긴팔 티셔츠의 등판에는 땀이 베인다.
집을 나선지
40분이 조금 넘어 나의 쉼터에 도착을 한다.
아직도 산책길은 많이 남아있지만 이제 그만하며.
어제도 그저께도 그랬듯이
저기 소나무 아래서 은근한 솔향을 마시며
25분간 도인체조를 하고 아래를 내려다 본다.
운동기구에 매달려
흔들고 돌리고 하던 사람들은 한둘씩 떠나고
그 자리는 또 다른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 동네 참 좋은 동네
이렇게 좋은 동네에서 삶을 즐기는 복받은 사람들을 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