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상한 나뭇가지가
더욱 앙상한 늦가을의 주산지다.
발가벗은 고목의 처참한 몰골에
애처로운 동정심은 서로 사랑을 하니
호반의 나목을 즐기는 사람들에 멋진 신파극이다.
양지의 푸시시한 무대 풍경
무성영화의 구슬픈 목소리에 변사(辯士)만 있다면
주산지의 주인장은 크게 한밑천 깜이고 말고..
차갑고 무지근한 날씨에
관객들은 흙먼지 뽀얀 신발로
울타리 바깥으로만 부지런히 걷는다.
뚝 위 먼발치에서
호수건너 주왕산을 바라본다.
아~
청송은 청송인지라
깊은 내륙의 땅이 맞네 그려
뒤돌아 걷는 발걸음에
풍경은 궁시렁하니 눈이 별로 더냐?
그럭저럭 청송의 달콤한 사과 맛에
어쩌면 흙먼지에 주왕산의 기암만이 기억에 남는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