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송이가 쩍 갈라진 것을 보니
가을이 오긴 오는 모양이다.
엊그제만하여도 무더위에 가을이 언제 오나 하였건만
능청스럽게도 벌써 아침저녁으로 찬 기운이 살갑다.
산책길 농가에는
아직껏 애호박이 덩굴에 오롱조롱 달려있건만
길가의 코스모스는 벌써 꽃을 피워 아낙들의 가슴에 바람을 넣는다.
한가함을 걸음으로 즐기는 노인네들
여리고 가냘픈 코스모스처럼 한때는 어여쁜 시절도 있었던가?
걷기 좋은 가을하늘의 상쾌함에 꽃만큼이나 하느적 걷는다.
소시(少時) 적
들녘의 노부부에 사진기를 들이대다 혼줄 난 후
옹기종기 모여 앉은 할멈들 대신 형형색색 꽃을 담으니
괜히 옛 생각에 쓴 웃음이 난다.
꽃술이 달콤하여 벌들이 날아든다.
단물이 가뭄 들면 넌들 용빼는 재주 있으랴!
때가 되면 다 시드는 것이여...^^
축 처진 모습에.
뻐덩하고 감흥도 없는 말경의 야초들
해질녘이면 더욱 스산하여 옷깃을 세우게 한다.
맑은 가을 날씨에 만디에 오르면
팔공산이 훤하게 펼쳐지니 동봉이 코앞이다.
하느작거리는 코스모스와 함께 몸을 푼다.
젊은 아낙들의 재잘거림에 심신이 다 혼란스럽다...^^
가을이 짙어지면 또 겨울이 오려나?
2011년이 되면 또 무슨 훈풍이 가슴을 메워 줄는지..
내 친구들..
산야의 모든 자연은 나의 친구다.
물끄러미 늘 바라만 보는 절문 앞의 백구도 내 친구
귀가 따갑도록 우짖는 여치들하며 풀벌레들도 모두 나의 친구들..ㅎ~
왕복
2시간을 걸어야하는 거대한 나의 정원
나를 위한 숲과 나무들과 구불구불 잘 닦여진 흙길.
많은 사람들과
눈인사를 주고받으며 공유하는 정원에는
자그마한 절도 있다.
오후가 되면
은근한 목탁과 독경 소리에
새삼 가을이 오는가 정취를 자아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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