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이 훨씬 넘도록
감기 한번 앓지 않았다고 입방정 떨다가
으스스 며칠간의 잠복기를 느낀다했더니
고약한 기침감기가 드디어 찾아왔다..^^
가을이라..
예년 같았으면 가을을 맞으려
어딜 가든 벌써 휑하니 다녀왔을 건데
연세가 연세인 만큼 몸뚱이가 영 주인장 말을 듣지 않는다.
팔공산 자락에 사는 덕에
심신이 찌부등할 때엔 가끔씩 순환도로를 드라이브한다.
단풍이 좀 들었나 하며 오늘도 핸들을 잡고 나갔더니
어디서 솔향이 솔~ 솔~
참 잘 생겼다.
산에서 당일 채취한 송이라 짙은 향내가 후각을 자극하니
심호흡에 기침이 다 멎는 것 같다...ㅎㅎ
능청을 잘 떨면
파품破品이라도 맛보려나 하고 마눌의 눈치를 살핀다..ㅋㅋ
가을의 문턱에서
희끗희끗 힘없는 노인네들을 보노라면 참 가엾다.
쿨룩~ 쿨룩~
마눌의 꽁지나 따라다니는 처량한 사람들...
팔공산 순환도로를 달리다 보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생가 안내표시판이 나온다.
오늘따라 왠지 가보고 싶은 마음이.
이심전심인가? 나를 부른다...!
홀로 외로이
생가의 한쪽에 서 계시는 노태우 전 대통령
묵묵히 집 뜰을 지켜보며 회상에 잠겨있으니..
일장춘몽인가요?
100년이 지나
사람들이 평상심을 찾고 선善한 세상이 오면
좋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채워 주리라 함 믿어보세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초라한 한옥의 입구 화장실 옆의 손바닥마한 관리실엔
깨끗은 하다마는 근무하는 사람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없고.
삽작을 오르는 계단 역시 말끔하다마는
인적이 드문 탓인가 적막하기만 하다.
삽작을 들어서면 외양간이 있고
마주 보이는 안쪽엔 본채가 기역자로 앉았으니
옛날의 집터로 생각하면 깊은 골짜기의 가택이다.
마당을 들어서 우측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그늘진 곳에 홀로 의지할 곳 없이 서있는 측은한 모습
너무나 쓸쓸하여 마눌이 다가가 손을 꼭 잡아준다.
한 국가의 수장이 되면
나라사람들은 물론이거니와 수족들과 친인척에게도
의를 저버리지 않고 성은을 베풀어야 후사가 편하니...ㅉㅉ
그나마
이만이라도 다행이구려..ㅠㅠ
지나온 길도
나아가야하는 길도 아름다워야 하느니
팔공산의 순환도로는 가을이 깊어 갈수록 점점 더 아름다워진다오.
성급한 아낙들
벌써부터 가을을 한껏 즐기니
팔공산의 가을풍경은 언제나 운치 넘치는 멋진 곳이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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