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세상

폭우 속의 한실골(한시골)②

gamro 2020. 8. 9. 17:50

다른 지역보다는 좀 덜 오는 우중이다.

사는 곳이 조금 높은 곳이라 불안감이 좀 덜한 마음에

빗속을 걸으며 폭우에 피해를 입은 곳곳의 안타까움을 조금 느껴본다.

 

잣나무숲 나무아래 참나리 꽃이 비를 흠뻑 맞고 축 늘어져있다.

계속하여 비가 더 오다 덜 오다하니 걷는 마음도 더 걸을까 말까다.

이왕 나선지라 김유신의 애마처럼 자신의 몸뚱아리를 무작정 목적지로 끌고 간다.

 

밤나무에 밤송이가 올망졸망 빗물에 윤기를 내며 달려있다.

저 밤송이가 굵어지면서 또다시 추석이 다가오겠지.

 

잣나무 잎 끝에 동그란 물방울을 사진으로 담으려 폰카를 들이대 봤더니

한손엔 우산 또 다른 손으로는 흔들흔들 초점 맞추기가 무척 어렵다.

ET는 손이 3개였던가? 손이 한 개 더 있으면 얼마나 좋았을꼬!..^^

내가 좋아하는 호박꽃 담기는 식은 죽 먹기다..~

 

길가 산자락 곳곳에 작은 폭포가 수없이 생겨났다.

언젠가 여행 갔던 <크로아티아><플리트비체 호수공원>의 전경이 생각난다.

어찌 그곳과 감히 비교를 하겠나마는 그래도 그때의 기분을 쬐끔 내어본다..^^

 

나무사이로 보니 대곡지 수문으로

엄청난 양의 흙탕물이 겁나게 쏟아져 나온다.

 

대곡지 에코갤러리로 향하는 오솔길에 빗물이 흠뻑 고여 있다.

죠기~ 수문위로 건너는 조그만 다리가 아주 튼튼하지만

그래도 찜찜하여 가기가 싫다.

 

못가에 백일홍의 예쁜 꽃도 빗물에 축 늘어져있다.

문득 떠오른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

그래도 백일홍의 꽃은 제법 오래 아름다움을 유지하던데..^^

 

에코갤러리로 들어가는 길이다.

대곡지에는 황토물이 출렁출렁 가득 넘친다.

들어가 봐야 잠시 앉아 쉬지도 못하기에 그냥 통과한다.

아래 사진의 밭은 80대 중반의 할머니 혼자서 일군 넓은 밭이다.

 

20여년 이곳을 걸으며 오늘 같은 절경은 첨 본다.

모라꼬? 절경이라꼬!!

내가 높은 자리에 앉은 귀족이라면 몰매 맞을 소리다..^^

 

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보노라니 엄청스러웠던 폭우가 느껴진다.

맨발에 샌달을 신고 빗길을 걸으니 좋은 점도 많은데

잔잔한 돌멩이가 샌달 안에서 디기 밉상을 부린다.

 

누가 이런 임로에 모래주머니로 물길을 돌려놓았는지

공무원들의 수고가 눈에 보인다.

덕분에 우중에도 산책을 다 한다..^^

 

아직도 여기서 1.5km 쯤을 더 걸어야 맨날 다니는 목적지다.

만디까지는 못가더라도 거기까지는 가야지~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