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세상

호우 쏟아지던 한실골(한시골)③

gamro 2020. 8. 10. 19:05

산으로 오가는 길은 황토물이 쏟아져 통행을 가로막고 있다.

평상시에는 물이 아주 조금씩 흐르기에 부담 없이 다니지만

이곳을 자세히 보면 폭포처럼 떨어지는 아래쪽이 아주 겁나는 곳이다.

미끌 헛발질로 4~5m의 아래로 떨어지면 큰 바위에 부딪쳐 골로 간다.

계곡의 둘레를 돌둑으로 쌓아올린 절벽이라 내려가서 도움도 못 준다.

 

한실골에 하나뿐인 유일한 농가다.

박씨네 아줌씨가 담벼락 주변으로 씨앗과 묘목을 심어

깻잎 등 잡다한 꽃까지 예쁘게 피어있다.

 

우중에도 무궁화 한 송이가 꼿꼿하게 피어있다.

나라의 꽃 무궁화에는 언제나 온갖 진드기가 들러붙어 더러운데

오늘따라 모처럼 빗물에 씻겼어 깨끗해진 무궁화를 다 본다..^^

 

자두밭으로 들어가는 길도 황토물이 막고 있다.

조금 경사진 곳이라 물이 발목까지만 잠겨도 요단강이 된다.

밭에 아줌씨가 안 보이니 비가 많이 오는 날이라 조순하게 집에 쉬는가 보다.

 

백일홍이 너무 좋은 원모재 주변의 전경이다.

느티나무 고목 앞을 지나면 곧바로 돌 쉼터가 나온다.

풍치 좋고 공기도 맑아 노인네들이 놀며 쉬어가는 멋진 쉼터다.

빗속에 물안개도 잔잔하니 분위기가 짱이다.

 

돌 쉼터 뒤편 깊은 계곡에도 콸콸 소리도 요란하게 물이 쏟아진다.

물을 보며 공포를 느껴 본적이 별로 없었는데

이 나이가 되어 이제야 무서움을 느낀다..^^

 

어두운 새벽길에 멧돼지가 놀던 계곡웅덩이에도 물이 콸콸.

비가 그친 다음날인 어제 이곳에 왔더니 언제 그랬냐 하며 평상시의 모습 그대로였다.

 

수로의 지하통로가 쏟아지는 물을 다 감당하지 못하여

곳곳의 길 위로 발목만큼이나 엄청스럽게 넘쳐흐른다.

여기쯤서부터 좌우의 산을 보니 산사태가 올까 괜히 두려움이 느껴진다.

산에 빗물이 빠질 때까지 며칠 동안 이곳에 안 와야 되겠다..

 

반바지에 샌달을 신었기에

빗물에 종아리까지 씻어가며 편하게 걸어왔다..^^

운동시설이 있는 이곳까지 집에서 3.4km의 거리다.

오늘은 비가 너무 많이 오는지라 사람들이 없다.

 

매일 여기에 와서 운동을 쬐끔씩 하였지만 오늘은 생략이다.

여기서 제법 경사진 오르막을 700m 오르면 만디다.

기구운동도 못하였는데 만디에 올라갈까 싶어

오르막으로 조금 걷다가 발이 미끄러워 포기를 한다.

 

20여 년 전만 하여도

여기까지는 노인네들의 산책길이라 생각했는데

아니 벌써!! 내가 거의 매일 여기까지만 온다...ㅠㅠ

 

이제 이 험한 길을 따라 집으로 간다.

계속하여 약간의 내리막길이지만 조심조심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