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세상

곤지암의 화담숲②

gamro 2020. 11. 22. 15:12

화담和談의 소나무정원으로 들어선다.

소나무가 우리들에게 최고의 조경수로 사랑을 받아서일까?

나무 하나하나가 잘생긴 명품들이라 귀태가 흐른다.

 

귀한 소나무들이 한곳에 어울려 숲을 이루니

모두가 유별난 자태의 신선처럼 우열에 구분이 없고

상록의 침엽수림이 되어 하나의 아름다운 세상일뿐이다.

 

많은 소나무의 군집에서

혹이 달린 나뭇가지가 보인다.

예로부터 부엉이방구통이라 불리어 오는 진귀한 나무의 혹.

보기만 하여도 재앙의 액운을 물리쳐 준다 하니..^^

나뭇가지가 가늘고 길어서 아래로 축 처진 소나무 아래를 지난다.

 

넓은 소나무정원의 숲속에는 묘한 바윗돌도 여럿 보였고

내려다보는 정원의 아래쪽 전경은 환상의 아름다움이며

정원의 길을 걷는 사람들을 보노라니 모두가 복이 넘치는듯하다.

 

정원의 잔디밭에

고인이 된 LG회장 화담和談 구본무의 빗돌이 있다.

그의 업적과 마음을 전하는 짧은 글을 보며

수목원을 조성하여 제공하는 그에게 부러움과 고마움이 느껴진다.

 

붉은 단풍잎을 보며 삶에 열정을 느껴본다.

한 계절을 살아가는 하찮은 식물들도 진주처럼 살아가는데

쓰레기처럼 살아가는 이 시대의 위정자들을 보노라면..ㅉㅉ

 

20064월에 조성승인을 받아

2013년에 개장하였다는 5만여 평의 화담숲 전경을 바라본다.

올해는 좀 이른 가을에 왔더니 그래도 좋다.

 

봄에는 벚꽃, 여름에는 이끼와 시원한 계곡.

가을에는 온통 붉게 물든 숲으로 환상의 화담숲이 되니

사계절 어느 때에 와도 좋다지만 다른 계절에는 아직 못 와봤다.

 

가을이라 이곳에도 국화꽃 향이 진동한다.

꽃보다 할멈의 모습이 더 아름답게 돋보이는 시절이다.

화무십일홍이라! 밥 얻어먹을 남은 세월을 생각하면

국화꽃과 달리 할멈은 아직도 싱싱하다..^^

 

나이 들어 데이트하려면 이런 곳이 딱이다.

전국의 수목원 여러 곳을 다녀봤지만

늦바람 난 할멈 할범들이 정담을 나누며

추억을 회상하기에는 이곳이 딱 좋은 곳이다.

 

누군가

산 좋고 물 좋은 곳이 어디냐? 묻거덩

국화꽃향에 산책길까지도 좋은 이곳을 알려주리다.

거기에 덧붙여 설립자의 인심까지 좋으니..~

 

수목원에 입장하려면 입구에서 소지품 검사를 한다.

해외의 관광지처럼 테러단의 폭발물 소지검사를 하는 게 아니고

식음료와 주류 등 멍멍이까지 반입을 통제하여

지저분한 분위기를 방지하는 것이 목적인 것 같다.

 

곳곳에 화장실도 많고

음료수 자판기도 여러 곳에 있으니

자그마한 비스켓이나 눈깔사탕쯤은 감춰가면 허기를 면하리라..^^

 

실내분재원은 별로였는데

가을의 따스한 햇볕을 쬐는 소나무 분재에서는 고목의 운치가 가득하였다.

 

어느 한옥의 뒷마당 담벼락 길이 이러하였던가?

고아한 정취가 넘치는 길을 할멈과 함께 걷노라니

안방 마나님의 영감이 된 느낌이라 기분이 흐뭇하다.

 

노령에 이런 곳이 가까이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꼬!

서울에서 이곳까지는 대중교통으로도 별것 아닌데

바보처럼 설악에서 국도를 이용하여 경기도 광주를 통과하면서

대한민국에도 이렇게 더러운 도로가 다 있구나 하며 혀를 끌끌 찼다.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곤지암IC에서 내리면 겨우 7km인데..

 

그 전에도 그랬고

이번의 여행에서도 청춘의 시절처럼 데이트를 즐겼다.

새삼 옛날 옛적을 생각나게 하는 전통혼례의 모습까지 보며

슬로프주차장까지 내려와 이곳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