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의 월정사.
월정사 하면 맨 먼저 떠오르는 게
연꽃무늬의 기단 위에 우뚝 선 '팔각구층석탑'이다.
남들은 전나무숲의 산책길이 좋다하더라 마는
큰 법당 '적광전' 앞의 구층석탑이 언제나 나의 기억에 남는다.
높이 15m의 구층석탑은
절마당의 어디서나 멋진 모습으로 나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가만 보고있으면
세월 가는 줄을 모르니
속인에게는 '화두'가 따로 필요치 않더라.
강원도가 수해를 당하기 하루 전날에도
비는 끊임없이 내리고 있었다.
한겨울을 빼고는 가끔씩 들린 월정사였지만
이번처럼 '진고개'를 비롯하여 곳곳에 토사의 흔적들은 보면서
'천왕문'을 들어서는 기분은 또 하나의 별미였다.
'금강루' 아래 '금강문'을 지나면서
훤하게 펼쳐진 월정사의 전각들을 오랜만에 보노라니
가슴 가득 찼던 멍울이 한순간에 확 풀리는 듯하였다.
'범종루'
'용금루'
독성 나반존자, 산신님, 칠성님을 함께 모신 '삼성각'
그리고 '수광전'을 비롯하여 모두가 그대로이다.
큰법당
'적광전'의 인자한 '석가모니불'의 모습에서도
변함없는 표정으로 넌지시 무언가를 일러주신다
삼배를 올리는 바보스런 중생에게...
상원사로 가는 길목의 '부도군'도
역시 처연하기는 마찬가지이다.
허지만
월정사 계곡의 물은
나를 삼킬 듯 무섭게 몰아친다.
언젠가는 오색의 아름다움으로 나를 현혹하더니.
변덕스럽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