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전 초겨울
오전에 단비가 내리나 했더니
산책길 정상에는 눈이 뽀얗게 쌓였다.
가랑비 정도야
우산을 받치고 오르는 낮은 산길이라
누군가 일찍 올라와 갓을 쓴 눈사람을 만들어 놓았다.
정상에 오르면 먼 산 갓바위가 보여서일까?
정상에 펼쳐진 설원은 뜻밖이었다.
휴대폰을 꺼내 들고 설경을 담았다.
사시사철 다른 풍경이라 많은 자랑을 하였지만
올 겨울의 귀한 첫눈에 뽀얀 하늘은 처음이다.
갈 길과
온 길을 바라보니
괜히 만감이 서린다.
희미한 기억에도
먼길 밝은 발자취의 흔적만은 선명하니
고요함에 작은 움직임이었다.
둘째 날이 되었다.
조물주가 만든 형상이 녹아 없어졌으리 했건만
사흘이 가고 나흘이 되어도 멀쩡하다.
기력이 쇠하여 조금 기울어 졌을 뿐.
하지만
영원불멸이 어디메 있으랴!
열흘이 가까워 오니 두상은 동강나 바닥에 딩굴고
나 몰라라 몸통은 몸통대로 어쩔 수 없으니
이게 세상사 모습이라...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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