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나했더니
개구리보다 노인네들이 먼저 얼굴을 내민다.
우리들 또한 뭔가의 바쁜 걸음에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봄바람을 맞는다.
구족신통력이라..
겨울이 가면 봄이 오고
죽기위하여 세상에 태어났으니
엊그제 김수환 추기경께서도 선종에 드셨다.
가히 신통력을 갖춘 조물주에 경의의 합장을 올린다.
밝은 형상으로 눈에 들어오든
희미한 신령의 기운으로 느낌 얻든
새벽이 되면 닭은 운다.
창가에 누워
떠오르는 해를 보며
친구들은 무엇을 생각했을까?
햇볕은 따스하지만
바람은 아직도 조금 차다.
휴일이라 연인끼리 가족끼리
우리들처럼 많이도 나왔다.
오리배를 타고 쌍쌍이 즐거워한다.
젊어 즐거운 모습보다 늙은 부부의 정다움이 훨 부러우니
나의 소원이 늘 그러하였다.
우리 늙어지면
정다운 할멈 할범의 부부가 되자고.
싱거운 나는 사진을 찍는다.
이렇게 찍으면 등 돌린 한 쌍의 늙은 원앙으로 보이려나?
순간의 잘못된 만남은
평생을 가슴에 피멍으로 다듬질 하니
봄이라 시집 장가드는 예쁜 선남선녀들이여
눈에 콩깍지를 걷어내어라.
천생연분에 보리 개떡이라 하던가?
보리 개떡을 먹을망정 오래오래 정답게 살아야지.
양지에 앉은 늙은이
처녀총각 같은 아름다운 표정의 나의 친구
봄이라 봄바람 맞으러 한 바퀴 획 돌며
또 쓸데없는 소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