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로의 곳간

산불.

gamro 2009. 3. 1. 22:04

봄이라.

휴일이라.

한주일 내내 재롱떨던 외손주를 보내고

집 청소를 하다하니 창밖에 요란한 헬기 소리가.

 

 

웬 걸

신숭겸장군유적지 뒤편 왕산에 연기가 자욱하다.

또 산불이!!

 

 

 

얼른 뛰쳐나가 한시골을 향한다.

동네에는 벌써 많은 헬기와 소방차들이 난리다.

몇 년 전 거푸 산불을 맞아 볼 폼 없는 왕산에 또 산불이라니!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산불에 헐벗은 왕산의 앞쪽은 더 탈것도 없다.

소방차에 많은 소방관련 사람들도 있었고..

 

뒤쪽은 어떨까?

굿당 쪽으로 가서 단숨에 산으로 올랐다.

등신같이 아무 장구도 없이 빈손으로..

 

그래도 사진기는 챙겼다..^^

 

 

 

벌써 소방헬기에서 많은 물을 뿌려 놓았지만

그래도 마른가지와 낙엽을 타고 불이 막 번진다.

맨손으로 소나무가지를 잘라 불을 두드리며 발로 밟고

나무 막대기를 주워 둥치의 불을 쿡쿡 쑤셔댔다.

내가 좋아하고 즐겨 찾는 산이 타는데..

 

불 붙은 장면 

사진 찍을 여유가 없었다.

끄기가 바빠서...^^

 

 

 

산 건너 내가 사는 아파트가 보인다.

기껏 5분 남짓 거리에 있는 곳이다.

나의 동네요 나의 앞마당이다.

아이구 아까워라.

 

 

 

 

산에 올라서 보니

산불엔 소방헬기가 최고다!

 

헬기의 세찬 바람에

멀리서 2번의 물세례를 받았고

한번은 아주 가까이에서 그냥 덮어썼다.

바람과 함께 휘몰아치는 물세례 대단했다...^^

 

 

 

구경만 하지 말고

산을 즐겨 찾는 주민들이 조금만 더 빨리

힘을 합쳐 헬기를 도우면 금방 불을 잡을 수 있겠던데

그냥 구경만 하는 양반들... 좀 아쉽다.

 

 

산이야 타든 말든

저기 멀리 밑에 묘터에서 한가하게 눈치만 보는 두 사람

반질반질한 폼이 아마 꼭 공직자인 것 같다..^^

 

너무 멀어

최대한 당겨서 겨우 찍었다.

초상권 침해는 아닌가 몰따!..^^

 

 

오십여 미터 길이를 경계선으로 잡고

잡초 사이를 헤집으며 발로 밟고 두드리고 불을 끄며

한참을 지켜보다가 더 이상 불이 번지지 않을 것이라 확신이 들기에

축축한 윗도리를 벗어 털고 바지에 붙은 가시를 뜯으며

기분 좋게 하산을 하였다.

 

그제서야 조그만 쇠갈퀴를 들고

제복을 입은 많은 분들이 임도를 따라 모여든다.

작업 장갑도 많이 가져다놓고 연장도 많다.

 

동네 소하천 농구장에는

소형 헬기가 계속 소화전의 물을 공급받아 떠오른다.

대형 헬기는 공산댐에서 물을 퍼오는가 보다.

내가 덮어쓴 물은 대형 헬기이니...ㅠㅠ

 

 

찔리고 긁히고...

다리와 손바닥 손등이 조금 따갑다.

 

서울의 막내놈이 느즈막이 떠난다. 

입었던 옷을 훌렁 모두 벗어 세탁기에 넣고

마눌은 찜질방, 나는 헬스장에서 간단히 운동을 한다.  

목욕탕 소금사우나에서 온몸에 소금을 바르니 무지 따갑다..^^

 

그래도

오늘은 기분 좋게 밥값은 조금 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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