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좀 빈 느낌이 든단다.
정상에 올라와서 허전함을 느끼니 주머니를 뒤적거린다.
칠십의 연세쯤 되 보이는 동네 어른의 가벼운 초조함에서
계절의 느낌은 노인네에게서도 비켜서지는 않는 모양이다.
맑은 하늘의 가을이다.
먼 산 팔공산의 능선이 너무나 선명하여
눈 밝은 젊은이들이라면 동봉의 개미새끼도 보일 듯하다.
산길 변 듬성듬성 핀 코스모스에서
옛 추억 되살리고
한 뭉치 흩쳐놓은 하얀 뭉게구름에서
학창시절의 미소녀를 떠올린다.
한편엔
누런 호박 큼직하니 짙은 색깔 더해가고
경륜에 뒤돌아보며 주머니와 머릿속을 뒤적거리는 계절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
꼭 4분지 3의 꽉 찬 지점이로구먼.
여지껏 가끔씩 10년 후를 생각하며 살았건만
이제 10년의 후면...
가을은 점점 깊어만 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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