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매는 그럭저럭 비만도 아니고
허우대는 멀쩡하니 적당한 큰 키에
어찌 보면 얼굴에 교태의 끼도 조금 엿보인다.
남보다 특별난 악기 다루는 솜씨가 있어서일까?
언제나 그 시간
흙먼지 솔솔 이는 비포장 산책길에
하얀 강아지의 발바닥과 온몸에 흙과 오물을 묻히며
그는 그만의 애견을 데리고 늘 운동을 나온다.
오늘도 저기 멀리서 보이는 그 아줌씨와 새끼의 모녀
평소에는 모른 척 능청떨며 그냥 지나치니 쬐끔만 밉더니
오늘은 무지 많이 밉다.
길가에 응가를 하는 그의 애기
오늘역시 능청을 떨며 그냥 지나치면 쬐끔만 미웠을 건데...
자두밭 모퉁이 돌아서니
주유소휴지를 꺼내드는 우아한 모습이 보인다.
아하! 왠일로 응가를 다 치우시려고?
그럼 그렇지!
사랑하는 새끼의 똥꼬를 닦아준다.
내 생전 처음보는 아름답고도 신기한 풍경이다.
그리고 훌쩍 그 휴지를 던져버린다.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산책길에
응가와 똥꼬를 닦은 하얀 휴지뭉치를.
확실히 함량미달이다.
매일
왕복 2시간을 넘게 걷다보면
처음 한동안에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성품에 따라 착한사람은 착한 생각을
못된 사람은 못된 궁리를 하게 된다.
웬만큼 못된 사람도 많은 시간 자연을 접하다보면
마음이 넓어지고 많은 것을 포용하는 느긋한 성품이 되는데
미운 마음이 자꾸 생기는 이유는 아직도 함량미달이어서 그럴까?
오늘 어제 그저께도
나로 인하여 마음에 아픔을 받은 사람들에게
괜히 미안한 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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