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로의 곳간

89세 고령의 거울에.

gamro 2009. 8. 27. 14:38

 

 

매일 다니는 산책길엔 신기하게도 모기가 없다.

비온 뒤 개울가의 버릇없는 고약한 개구리는

모기 유충도 잡아먹었을까?

 

 

일찍 핀 코스모스의 가냘픈 꽃을 보며

벗삼아 먼 길을 걷노라면 나 자신도 예쁜 꽃이 된다.

 

예쁜 소녀의 꽃마음이라

따가운 햇볕에 팔이 그을릴까 가끔 토시를 한다.

 

토시 속이 따끔거리며 가렵다.

벌레가 들었나..

모기가 물었나?

 

 

 

토시 위를 벅벅 긁고 긁다가

하두 가려워 토시를 벗어본다.

 

허~ 허~

손가락 두 마디쯤이나 번지수를 잘못 찾아 긁었으니....ㅉㅉ

 

노안의 희미한 눈을 찡그려 자세히 살펴보니

저만치 벌레가 문 흔적이 남아있다.

헌데, 엉뚱하게도 다른 곳을 벅벅..

 

 

20년생 89세의 연세에도

꼿꼿한 자세로 산책을 하시는 겸손한 동네 어른

매일 보면서도 기억이 희미한지 인사를 드리면 늘 처음인양

한껏 허리를 굽혀 민망할 정도로 인사를 받아준다.

 

89세라...

벌레가 어디를 물었는지

나의 자신이 나에게 무엇을 하라하는지

89세의 연세에도 꼿꼿한 자세를 흩트리지 않는 모습의 거울에

한심한 나의 작태를 비춰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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