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길이
조금은 피곤한가보다.
기차에 몸을 싣고
차창 밖을 보는 둥 졸음에 빠진다.
거슴츠레 실눈을 뜨니
모든 게 다 싫다.
모든 게
다 귀찮고 싫다.
싫다.
그런 마음이 들면서도
노란빛 짙어가는 들녘의 풍경만은 아름답다.
뜨겁지 않은 햇볕의 쪼임도 좋고
구슬프지 않은 음악의 흐름도 은근하니 좋고
기찻길가의 그림도 머물지 않으니 참 좋다.
마음에 느낌이 빨라지면
반응의 날카로움에 손을 다칠까
더딘 생각과 몸놀림에 괜히 우려가 된다.
확연한 노장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젊은 시절 몰랐던 그런 것이다.
다 귀찮고 싫다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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