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로의 곳간

싫다.

gamro 2009. 10. 11. 22:33

 

 

귀가길이

조금은 피곤한가보다.

 

기차에 몸을 싣고

차창 밖을 보는 둥 졸음에 빠진다.

 

거슴츠레 실눈을 뜨니

모든 게 다 싫다.

 

모든 게

다 귀찮고 싫다.

 

싫다.

그런 마음이 들면서도

노란빛 짙어가는 들녘의 풍경만은 아름답다.

 

뜨겁지 않은 햇볕의 쪼임도 좋고

구슬프지 않은 음악의 흐름도 은근하니 좋고

기찻길가의 그림도 머물지 않으니 참 좋다.

 

마음에 느낌이 빨라지면

반응의 날카로움에 손을 다칠까

더딘 생각과 몸놀림에 괜히 우려가 된다.

확연한 노장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젊은 시절 몰랐던 그런 것이다.

다 귀찮고 싫다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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