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로의 곳간

대책 없는 망종(亡種).

gamro 2009. 10. 20. 22:35

 

 

잘생긴 독

못생긴 독

잘 익었는지 어떤지

구수한 맛의 깊이가 얼마나 될까하며

만추晩秋에 푹 삭은 된장과 간장의 맛을 보려 면면을 훑어본다.

 

60쯤 되면

맛과 향의 품성이 자리를 잡았을 것이라

더 이상 어찌할까 아무런 대책이 없다.

 

 

별로 늙지도 않은 멀쩡한 사람이 목욕탕에 들어온다.

뒤적뒤적 칫솔을 꺼내더니 치약을 바른다.

 

목욕탕 대리석바닥에 그냥 앉아 샤워기를 틀어 들더니

몸에 물이라도 묻을세라 조심하며 겨우 양칫물이나 행구고 마른 몸으로 일어선다.

 

더듬더듬 온탕위의 수온 온도계를 살피며

이곳저곳 발을 담궈 보더니

적당한 온도의 탕 안에 조용히 들어간다.

얌전히 땀나오기를 기다린다.

 

대책 없는 망종亡種이다.

 

 

독 짓는 늙은이가 무슨 죄 있으랴.

그 독에 된장을 담든 거름을 담든 임자 마음인데.

 

아담과 이브를 짝지어준 하늘님이 무슨 죄 있으랴.

인간이란 모름지기 나를 비롯하여 모두 독단론적 사고를 벗지 못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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