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가을
오대산 월정사를 또 찾았다.
월정사 입구 전나무숲길에 들어서니
단풍나무 한그루가 나를 반겨준다.
키 큰 전나무가 확 펼쳐지며 일주문을 통과한다.
이제 신성한 사찰의 마당에 들어서니
잠시나마 세속의 번뇌를 다 벗어놓을까?..ㅎ~
많은 사람들이 가을을 즐기러 숲길을 걷는다.
월정사를 향한 숲길을 걸으며 모두가 또한 수행자가 된다..ㅋ~
앳되어 여린 아름다운 애송이 나무들이 있나하면
고목이 되어 지 몸 하나 가누기 힘든 서글픔도 있으니
월정사를 찾는 노장들의 일심은 해탈의 경지를 맛보기 위함인가?
찬바람만 없으면
삶에 찬바람만 없으면 이 늦가을의 찬기운도
따뜻한 봄날 못잖으련만.
모든 사람들의 소망인가?
날씨 참 좋다!
참 좋다!!
그 말 외에 무엇이 더 필요한고?
함께 못한 지인들에게는 좀 미안하지만.
천왕문을 들어선다.
금강역사의 부릅뜬 눈의 매서움에
온갖 잡것들이 다 기겁하야 내 몸에서 떨어져 달아난다.
그 재미로 꼭 천왕문을...ㅎㅎ~
절 마당에도 울긋불긋
모든 것이 다 참 좋다!
적광전寂光殿 법당의 석가모니부처님
사시사철 팔각구층석탑을 마주하고 계신다.
촬영금지 옆문에서 조용히 합장을..ㅎ~
수광전을 비롯 삼성각 등등
여러 전각을 둘러보며 이곳저곳으로 발길을 옮긴다.
어느 방향에서 봐도
구층석탑의 모습은 장관이다.
월정사의 공양간을 찾아
배고픔을 해결한다.
벽면에
‘오관게’의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이 공양이 어디서 왔는가
내 덕행으로 받기가 부끄럽네
세상의 온갖 욕심 버리고
이 몸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도업을 이루고자 이 공양을 받습니다.
에고~
밥 한 그릇 얻어먹은 게 참 부끄럽다...ㅋ~
가야지.
도업을 이루고자 공양도 잘 받았으니..
풍경이 따뜻하다.
월정사의 절밥이 마음의 눈을 밝게 하는 모양이다.
세속으로
세속의 다리를 건너며
평온한 풍경을 보며
입으로
부처님 감사합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