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의 미로 어느 벽면에
<TERRASSE DE TANNERIE>란 간판이 걸려있다.
가죽염색공장을 볼 수 있는 테라스로 올라가는
아주 좁은 계단입구다.
좁고 가파른 계단에 조명은 밝다.
밝은 조명의 벽에는
가죽을 가공하는 그림의 액자가 걸려있다.
보는 이의 눈에 따라 명화로도 보인다..^^
좁은 계단을 오르며 왠 누추한 차림의 아자씨가
풀잎을 나눠주면서 코에 문지르라는 흉내를 지어 보인다.
코에 붙여 맡아보니 민트향이 은근하다.
구불구불 좁은 계단을 오르니
곧바로 가죽제품의 넓은 매장이 나오며 고약한 냄새가 진동한다.
민트향의 잎보다 첨 맡아보는 이상한 냄새가 더 매력적이다..^^
할멈 역시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이다.
가죽제품가게의 테라스에서
지금까지의 모든 의문이 풀렸다.
지금까지 사진으로 봤던 페스의 가죽염색가공공장의 전경이
어찌 하나같이 다 꼭 같았을까하는 의문이었다.
테라스의 바깥 옥상에 내려 아래를 바라다보니
지금껏 사진으로 봐오던 그런 평범한 풍경이었다.
모로코 페스의 무두질공장.
내 눈으로 직접 보니 엄청스런 곳이다.
천년의 전통방식인 순수 유기농(?) 천연원료
비둘기 똥과 소 오줌, 낙타 똥 등등의 혼합액으로
짐승의 가죽을 부드럽고 우아하게 가공하여
수백만원짜리 명품 핸드백을 만들게 해준다니 참 대단한 곳이다!!..^^
많은 사진으로 잘 보여주니
입으로 잡다하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1,000년이 넘도록 이어온 모로코 페스의 무두질작업장을 구경하며
이국의 낭만적 정취라고 떠드는 사람들의 심장과 얼굴은
저곳에서 만든 소가죽으로 포장되었으리라..ㅋ
일반관광객은 저기 가공공장 내부로 들어갈 수는 없다한다.
눈에 보이는 가죽염색공장은 관광용으로 유지관리를 한다고 하더라마는
이런저런 공장 내부의 여러 모습을 보니 꼭이 그렇지마는 아닌듯하다.
작업장 옆 옥상에 널려있는 가죽의 모양이 다 비슷하다.
펼쳐놓은 가죽을 옆의 사람과 비교를 해보니
가죽의 크기가 별로 작지 않다.
소나 낙타는 아니겠고 염소나 양일까?
가죽 크기를 사람과 비교를 하다니 끔찍스럽다..^^
냄새가 좀 고약한 가죽제품가게에는
여러 모양의 크고 작은 가방들과 이상한 모양의 제품들이 많았다.
어디에 사용하는 물건인지 나중에 알고 보니 둥근 의자의 겉가죽이었다.
여러 종류의 가죽외투는
모로코인들에게 꼭 맞는 디자인의 옷이었다.
내가 모로코인의 스타일이었으면 하나 샀을지도 모르겠다..^^
작은 하천과 담벼락으로 경계가 지어져있는 공장지대.
여기서 작업하는 종업원들은 이 지역에서 거주를 하는 갑다.
특유한 냄새에 길들여지지 않고서는 이 동네에 살기가 좀 거북하겠다.
이제 페스의 분위기에 좀 익숙해졌나보다..^^
인근의 아파트 분위기도 여기 사람들과 비슷하니
쬐끔 누린내 동네지만 호감이 간다.
버스를 타고 다음 행선지로 출발을 한다.
출발하여 속도를 내면서 창밖 길가에 별난 것이 보인다.
습관에 셔터부터 누르고 보니 이쪽사람들의 묘지란다.
까만피부의 사람들이라 저승에서는 하얀색 되기를 원하는가보다.
9세기경 세워진 이드리스 왕조의 수도였던 페스.
14세기경에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던 미로의 도시다.
페스를 다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구시가지를 둘러싼 견고한 성을 보며 이곳을 떠난다.
-다음은 모로코의 아름다운 전경들-
'아름다운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과달키비르강변의 <황금의 탑>과 <세비야 대성당> (0) | 2018.09.20 |
---|---|
차창으로 보는 페스에서 탕헤르를 거쳐 타리파 항구까지 (0) | 2018.09.17 |
민요로 만나는 창극 <달구벌 효자원님>② (0) | 2018.09.10 |
민요로 만나는 창극 <달구벌 효자원님>① (0) | 2018.09.09 |
세계 최대 페스의 미로② (0) | 2018.09.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