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세상

한국민속촌에서의 겨울.

gamro 2018. 12. 18. 22:31


겨울의 찬 기운에 몸이 후들후들.

민속촌입구를 지키는 건장한 장정들을 보노라니

괜히 죄지은 듯 몸이 더 후들후들 떨린다..^^




찬바람만 없으면

맑은 하늘의 겨울은 낭만의 계절이다.

따뜻하고 포근한 연인과의 데이트는 더욱더 그렇다.





무성하게 가리고 있던 나뭇잎들이 다 떨어지고

곧은 절개의 겨울에 나뭇가지를 보노라면

그 강인함에 정감이 더 느껴진다.





옛 거리의 초가지붕 대장간을 지나면서

할멈의 명랑한 옛 모습이 어렴풋 보인다.

비록 몸매는 믿음직하지만..^^





오며가며 여러 번 왔었지만

생각 없이 아무렇게나 왔던지라

단 한 번도 공연을 본적이 없었는데

늘그막 이제서야 비로소 비싼 입장료에 중압감을 느껴

본전생각에 이것저것 두리번거리니 마음도 겨울인가보다




 

앙상한 나뭇가지의 공허한 배경.

달랑 세 명의 연기자가 넓은 공간을 채우고 있다.

겨울이라 간헐적인 청명한 장구소리에

줄 위의 줄광대는 천하에 더없는 재주를 보여준다.





줄 위에서의 삶이 30여 년 이래요!!

6세의 나이에 줄타기에 입문하였다는 천상천하유아독존..^^

재담이 넘치는 이분의 해학적이고 풍자적인 우스갯소리도

겨울의 찬 기운에는 맥을 못 춘다.






모닥불 없는 겨울의 낭만.

인적 드문 휑한 곳에서 겨울의 찬맛을 한껏 누려본다.

멧돼지와 조우할 걱정 없는 민속촌의 한적함이라 더욱 좋다..^^




추워도 춥지 않은 한겨울의 데이트다.

용맹과 기백이 넘치는 마상무예를 보니

괜히 내 몸에 훈기가 난다.

하지만 여름이나 겨울이나 말의 몸내는 싫다.





매혹의 풍경이다.

아담과 이브가 이 계절 이곳에 있었다면

죄악의 빨간 선악과의 열매를 우찌 얻어먹었을까!





사람의 순수성이 되살아나는 겨울풍경이다.

도 닦음이 잘 안 되는 승려들이나

전자발찌를 찬 파렴치한들

모두모두 이 계절 이곳에서 수행을 하시라..^^ 





이 추운겨울에도 시집장가는 꼭 들어야한다.

지 먹을 것 지가 타고 나온다고 하니

아들딸 구별 말고 부지런히 많이 낳아

후손번창을 잘하여야 그게 바로 부자이니라



1960년대에 찍었던

외삼촌의 전통혼례사진필름을 왜 버렸을까!

그때의 흑백사진필름이 아까워 머릿속에 뱅뱅 돈다.




그때 그 시절.

아들 하나 점지하여 주십사하고

이 할멈이 애타게 빈 곳이

당산나무 뿐이었을까?..^^




시골의 초가집을 생각하면 엄청 정겹다.

초가지붕처마 밑으로 손을 넣어 뭔가를 잡아내던

먼 시골친척들이 생각나는 겨울 풍경이다.






감나무 밑에

떨어진 홍시가 있나하고 살펴본다.

떨어진 홍시는 먼저 본 사람이 임자라 하니...

우리보다 한세대 앞선 어른들의 재미있는 습성을 보고 배웠다..^^ 




현판에 쓰여진 첫 자.

암만 봐도 무슨 글자인지 모르겠다.

안내판도 없고, 어디 물어볼 곳도 없고..



  

차가운 한옥의 찻집에 간판도 예쁘다.

뚫어진 구멍으로 불빛이 비춰지니

<民香>의 글씨가 차향처럼 은근하여

차를 안 마셔도 마신 듯 발길을 돌린다.




겨울의 낭만여행은 심신을 차분하게 한다.

마음이 들뜨고 감정이 북받쳐 솟는 그런 여행도 좋지만

찬 기운을 맞는 겨울 곰이 동안거에 들 듯..^^

겨울풍경에 흠뻑 빠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