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세상

향일암①

gamro 2021. 10. 12. 14:40

 

잘 조성된 주차장에서 끙끙 언덕을 올라

높은 돌계단 꼭대기의 향일암 일주문을 올려다본다.

오랜만에 보는 금오산 향일암의 현판이라 반갑다.

 

 

남해 제일 관음성지 향일암이라.

계단 입구의 비석에는 창건과 지금까지의 연혁이 간단하게 적혀있고

높은 곳 일주문 옆 거북이 등 위에는 치적의 공덕비가 세워져 있다.

 

 

일주문을 떠받치고 있는 굵은 대리석 기둥.

자애로운 모습은 고사하고 기둥에 조각된 고약한 도깨비가 나를 째려보며

너 여기 왜 왔냐? 한다...^^

 

 

무릎이 약한 노인네는 불심으로도 도저히 못 올라오겠다.

고해를 헤치며 더 가야 할 곳과 지난 세월을 뒤돌아보는 곳에 서 있다.

사찰에만 오면 괜한 헛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길 가운데에 동자승이 줄지어서 천진스러운 표정으로 뭔가를 전해준다.

나쁜 말을 하지 말라는 불언(不言)의 모습이 귀엽다..^^

악담은 돌고 돌아 끝내 나에게 되돌아오느니라 하는 법구경의 가르침이다.

 

 

귀를 막은 불문(不問)의 형상이다.

큰 바위가 바람에 흔들리지 않듯 지혜로운 사람은

비방과 칭찬의 소리에도 평정을 잃지 않는다는 법구경의 가르침이다.

 

 

남의 잘못을 보려 힘쓰지 말고 남이 행하고

행하지 않음을 보려 하지 말라는 불견(不見)의 가르침이다.

항상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옳고 그름을 살펴야 하리..

 

 

돌 승의 예쁜 뒷모습을 보며 나의 지난 뒷모습도 그려본다.

나도 저렇게 예쁠까? 하며..~

 

 

다른 사찰에서는 볼 수 없는 등용문까지 왔다.

높은 계단을 어렵게 오르고 또 올랐더니 이제 승천할 일만 남았구랴!!

등용문의 여의주를 쓰다듬고 있는 할멈의 기분은 어떠한지..^^

 

 

제법 높이 올라왔다.

내려다보이는 해변의 항구와 방파제 전경이 꼭 거북이 머리 같다.

 

 

완만한 찻길로 올라오면 해우소가 있는 여기가 끝이다.

지금부터는 바위틈새 굴을 통과해야 한다.

그동안 다이어트를 열심히 하여 똥배를 많이 줄였으니 무사통과하리라..^^

 

 

이제부터 향일암으로 들어가려면 여러 개의 석문을 지나야 한다.

굴을 통과함에 이런저런 의미가 많다마는

그저 바위에 머리가 부딪칠까 자빠질까 조심해야 할 뿐이다.

 

 

몇 개의 석문을 지나면 오른쪽 위로 삼성각이 보인다.

삼성각을 보며 조금 더 지나면 원통보전(대웅전)이 나온다.

 

 

10여 년 전.

화재로 훌러덩 다 타버렸을 때 와서 보니 너무 기가 막히더니만

새로 복구한 대웅전과 종각을 보며 수고한 분들에 박수를 보낸다.

 

 

대웅전 전면의 전경이 훤하다.

이곳을 지키는 십이지신 부조 위에 던져진 동전이 수북하다.

동전 하나하나는 향일암을 아끼는 사람들의 마음인가보다.

 

 

법당으로 오르는 길도 있고

또 다른 법당으로 내려가는 길도 있다.

기암괴석 절벽의 암석들 사잇길을 오르내리며

세상의 이치를 생각한다.

 

- 향일암 2편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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