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눈을 떠 바깥을 내다보니 달빛이 일품이다.
장관의 일출 광경은 자주 봤지만
바다 위의 아름다운 월출의 가경은 첨이다.
뿌연 달빛에 매료되어 어슴푸레한 정원을 산책한다.
제주의 신선한 새벽 공기에 마음이 청쾌해지니 온몸이 개운하다.
달빛 따라 발길 가는 대로 걷다가 정신을 차리고
오늘의 스케줄을 생각하며 얼른 발길을 돌린다.
오늘의 빡빡한 일정 중
예정에 없던 콘도 내의 정원 산책부터 시작한다.
누가 모라칼 일도 없는 할멈과의 스케줄이지만
시간이 틀어지면 점심밥 먹을 시간이 어긋난다..^^
제주에 오면 늘 함덕의 <소노벨 제주>에 묵었었는데
이번에는 서귀포 표선의 <소노캄 제주>에 왔더니
노인네들이 머물기에는 조용하여 훨 좋은 것 같다.
바깥 정원에서 숲으로 이동을 하다가 뒤돌아보며 셔터를 눌렀다.
조용한 나무숲 분위기의 안락한 느낌에 매혹되어 계속 안쪽으로 빠져든다.
어디 가지 말고 온종일 여기서 쉴까 보다.
하지만 거금을 들여 바다 건너 멀리 여기까지 왔는데
여기서만 쉬다 갈 수는 없지..^^
여기서 <서귀포매일올레시장>까지는 24km다.
내 취향에는 그곳이 <제주동문재래시장>보다 훨씬 좋은 곳이다.
이 숲이 주는 그윽함은 그 시장의 돌돔회 맛과 맞먹을 듯 좋다..^^
쭉쭉 뻗은 야자수를 보며 제주의 풍미를 한껏 즐긴다.
맑고 푸른 하늘을 보며 이국의 운치도 마음껏 느껴본다.
내 나라에서 즐기는 자유로움은 또 다른 여행의 맛이다.
제주항에서 남쪽 끝의 이곳 <소노캄제주>까지 45km쯤.
오르막 내리막에 넓지도 않은 한적한 길을 현지인들은 겁 없이 속력을 낸다.
특히나 늦은 밤 제주도의 일반도로는 수목이 우거진 음산한 길이라
어둠의 좁은 길에 소복의 유령이라도 나올듯한 그런 곳이다.
키 큰 야자수 나무의 모습을 보며 괜한 생각을 해본다..ㅋ~
소노캄제주의 앞 해안길은 <제주올레길4코스>다.
한라산은 바닷가 반대쪽이라 두리번 찾아보니 야자수 좌측으로 흐릿 보인다.
산에 몇 번 오른 적 있지만, 요즘은 전혀 관심이 없는 곳이다.
콘도의 주변으로 연결된 올레길을 잠시 걸어본다.
해변의 바위들은 전신만신 시커멓다.
해변의 절경 방향으로 초점을 맞추려니
올레꾼들의 주전부리 술상이 거슬려 포기하였다.
올레길을 홀로 걷는 예쁜 아가씨가 사진을 찍어달라기에
좋은 배경으로 여러 컷 셔터를 눌러주고 할멈도 세워봤다.
길 걷는 젊은 처녀와는 달리 성숙한 아름다움이 넘치는 할멈이다..ㅋ~
올레길에서 벗어나 숲 바깥 정원으로 나왔다.
아이들을 위한 정원의 작은 풀장과 넓은 바다가 조화를 이룬다.
더하여 키 큰 나무까지 어울려 감흥을 돋운다.
이른 아침이라 고독한 정경이다.
이 모든 것을 순간적이나마
나홀로 차지하는 축복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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