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들린 만장굴이다.
이곳에 오려니 왠지 촌스런 마음이 들어서..^^
처음 이곳에 온 해는 1970년(?) 졸업여행 때이며
두 번째 이곳에 온 해는 1975년 신혼여행 때다.
그 후 수없이 제주도에 왔었지만 47년 만의 걸음이다.
그때의 기억을 더듬고
옛 추억을 되살리며 동굴을 들어서니
오랜 세월의 노화로 허물어지지 않으려나?..^^
이곳에 들어오기 전
할멈의 걱정이 재미있다.
행여나 어둡고 텅 빈 동굴에 우리 둘뿐이면
무서워서 우짤꼬..^^
할멈의 기우와는 달리 관람객들이 제법 보인다.
울퉁불퉁한 바닥은 10만년 전이나 50년 전이나 아직도 여전하다.
행여나 웅덩이가 있으려나 했지만 없는 것 같다.
용암종유라는 동굴의 천장.
동굴 내부로 고온의 용암이 흘러갈 때
천장의 표면이 녹으면서 상어 이빨처럼 만들어진 희한한 작품이다.
시원하지만 컴컴한 동굴을 지겹도록 걸어야 한다.
걷기 싫어하는 할멈이 나오는 사람들에게 물어본다.
끝까지 얼마나 남았느냐고..^^
용암의 동굴이라 탄내가 날듯도 한데 공기는 맑다.
다른 동굴처럼 천장에서 물도 떨어지지 않고
특히나 좋은 것은 구질한 안전모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탐방 가능 1km의 동굴에 반쯤이나 왔으려나
축대가 무너진 듯 낙반의 돌무더기가 쌓여있다.
가만 생각해보니 예전에도 있었던 것 같다.
도배 후 몰딩한 것처럼 용암유선이 세밀하다.
용암이 흐르며 그 높이에서 굳으며 만들어진 벽면의 흔적이란다.
선의 자연적인 모양에 무늬는 볼수록 신비롭기만 하다.
동굴 곳곳에는 신천지로 향하는 데크 로드가 여러 곳이 있다.
노인네들도 느긋하게만 걸으면 큰 걱정 없이 공개된 끝까지 갈 수 있다.
드문드문 괴이한 소리 없는 붉은 조명으로 으스스한 분위기를 만들지만
공포의 집까지는 아니었다..^^
어두운 조명의 사진이라 볼품은 없지만
맨눈으로 보면 거북 모양으로 생긴 용암 표석이다.
동굴 천장에서 용암이 흘러 굳어버린 암석이란다.
700m쯤 들어왔을까?
어두컴컴한 길을 할멈과 걷노라니
어릴 적 1950년대에 흔히 봤던 동네 골목의 데이트코스인가 싶다.
요즘의 청춘남녀들은 옛날의 아재들과 비교하면 별세상에 살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길다는 용암동굴의 만장굴.
1만 년이 넘도록 원형이 보존되고 있는 조물주의 걸작이다.
천장과 벽면의 신비한 조각을 찬찬히 보노라니
유럽의 대성당들 천장의 그림과 조각보다 더 대작이다..^^
키가 아무리 커도 동굴의 천장에 닿기는 턱없이 높다.
용암동굴이라 삼척의 환선굴이나 장가계의 황룡동굴 만큼 웅장하고 호화롭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바다 건너 제주도의 특이한 동굴이라 평생에 두세 번은 볼만하다..^^
어둑한 넓은 동굴에 밝지도 않은 가로등이 세워져 있다.
데이트하는 남녀들에게 딱 어울리는 분위기다.
날벌레도 없는 벤치에 하얀 눈이라도 내리면 얼마나 더 좋았을꼬!
용암발가락.
자세히 보니 디기 징그럽게 생긴 용암이었다.
만장굴의 상층굴을 따라 흐르던 용암이
아래쪽의 틈 사이로 묽은 밀가루 반죽이 새듯 밀려서
코끼리의 발가락 모양으로 굳어졌다고 본 듯이 안내판에 적혀있다.
데크 로드가 훤하게 뻗쳐지니
불국토나 신천지가 펼쳐지나 기대가 되었다.
천국에 드는 입구가 꼭 이러려니...ㅍㅎㅎ~
관람할 수 있는 1km의 개방구간 끝이다.
높이 7.6m의 용암석주는 조명을 받아 더욱더 신비롭다.
천장에 흐르던 용암이 하층 굴의 바닥으로 흘러내리면서 만든 기둥이란다.
뜨거운 지옥의 불기둥이란 생각에 끔찍스런 느낌이 들기도 한다.
신비로움에 한참이나 도취 되었다.
할멈처럼, 울진 성류굴의 종유석이나 석순처럼 아름답지는 않다.
50여 년이나 지나서 왔으니 이제 언제 또다시 오려나
보고 또 보며 셔터를 눌렀다.
곱게 꾸미지 않은 맨얼굴 원래의 모습을 담았다.
시커먼 용암에서 수만 년 전의 탄내를 느끼며 발길을 돌린다.
들어올 때 망설임과는 달리 잘 들어왔다는 보람을 느끼며..
50년이 흐른 지금 노장이 되어
어두운 광장의 침침한 가로등 아래 할멈의 모습에서
이팔청춘 때의 정감을 느껴본다..ㅋ~
다른 동굴처럼 불결한 안전헬멧을 쓰지 않고도
낙반 걱정 없는 만장굴 구경을 잘하고 무사히 나왔다.
'아름다운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용머리해안② (0) | 2022.07.09 |
---|---|
용머리해안① (0) | 2022.07.04 |
애월 카페거리의 <레이지 펌프>에서 (0) | 2022.06.06 |
대명콘도 <소노캄 제주의 야경> (0) | 2022.05.31 |
대명콘도 <소노캄 제주> (0) | 2022.05.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