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겨울 날씨에도
명당의 고분군을 산책하면 따스하고 좋으려나?
어긋나게 한겨울 불로동 고분군을 걸어봤다.
봄의 푸르름과는 달리
엄동설한의 풍경에서 유별난 아름다움이 느껴져
주머니에서 폰카를 꺼내 셔터를 눌렀다.
무덤들이 참 크다.
죽어서든 살아서든 허세가 대단한듯하다.
난 통이 작아 늘 아담한 것을 좋아하는데..^^
옛사람들은 죽기 전의 모습 그대로
죽어서도 계속 유지된다고 믿었던가?
다 허망함을 지금쯤은 느낄는지..ㅎ
천년을 넘은 고분들.
아직도 구천을 떠도는 혼은 없을지라
첩첩이 펼쳐지는 무덤 사이를 기피 않고 걸으며 셔터를 누른다.
얼마 전 설날.
농반진반 친구끼리 만수무강 문자들이 오갔다.
이제 삶과 죽음에 대한 잡념을 가지는 연세가 되었나 보다..ㅎ
200기나 되는 고분군을 걸어보면 걷기에 따라 2km가 훨 넘는다.
노란꽃 피는 봄에도 좋지만 하얀 눈 없는 겨울에도 참 좋다.
세찬 바람의 겨울에도 세상의 모든 것은 다 아름다우니까..^^
나직한 동산에서의 고분은 도시를 향한다.
살아 숨 쉬는 도시를 보며 고분의 유령은 무슨 생각을 할까?
망종 전 이황(李滉) 말씀처럼 저 매화분에 물이나 주어라.
처연함 말고 또 무엇이 있으리.
예쁜 봉분들이 참 많다.
발길 멈추지 않도록 멀리서 계속 유혹을 한다.
나지막한 무덤의 동산을 오르고 또 오르며 뒤돌아도 본다.
나의 흔적이 보이려나?
많은 고분에 묘석은 없고 번호 표지석만 있다.
고분의 크기를 보면
그래도 살아생전에는 다 콧방귀께나 뀌었을 것 같은데..ㅎㅎ
맨 높은 곳에 올라 심호흡 한번 크게 하고
룰루랄라 나는 아직 살아 있다며
오늘의 하루 운동을 마치고 하산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