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 따라..

고창 선운사에서<2017,04>

gamro 2017. 4. 29. 21:13

 

선운사禪雲寺.

가끔씩 올 적마다 으레 비를 만난다.

고요한 사찰에 비가 오면

마음은 운무에 묻혀 생각이 더욱 차분해진다.

 

 

 

밝은 세상의 부처님을 기다리며

까마득 줄지어선 연등의 행렬.

부처님오시는 지혜의 길은 끝이 없다.

 

 

 

 

그날을 맞이하는 연등이 참 곱다.

물가의 연등도 곱고

고목에 걸쳐진 연등도 곱다.

부처님의 지혜를 따르는 모든 곳은 다 곱다.

 

 

 

 

 

이른 봄.

여러 곳의 사찰을 탐방하였지만

이곳 선운사에서 "빈자일등貧者一燈"의 의미를 느꼈다.

등불공양 대중화의 높은 뜻에..

 

 

 

 

불국토에 드는 천왕문을 본다.

천왕문을 거쳐 청정도량으로 들면

잠시나마 수행자의 마음으로 숙연해진다.

 

 

 

천왕문을 지나니

만세루 석등을 중심으로

부처님의 크나큰 은덕을 기리는

하나하나의 많은 등불이 모여 있다.

 

 

 

 

 

봄비 오는 흐린 낮이어서

등불의 빛이 무척 밝다.

모든 게 상대적이어서

세상은 조화를 이루어 아름답다.

 

 

법당이 좀 우중충하면 어떠랴.

수행을 하였던 많은 고승들이

이곳에서 도를 깨우쳤다하여

그 선현先賢들이 수없이 바라봤던

대웅보전大雄寶殿의 현판을 유심히 보며

그들의 영감靈感을 나 또한 느껴본다.

 

 

 

 

 

아직 때가 되지 않아

보편의 나부들은 가지만 앙상하다.

하지만 자연의 순리는 다 꼭 같지가 않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조화를 이룬다.

 

 

 

 

 

 

 

눈 내리는 한겨울의 선운사는

붉은 동백꽃의 꽃송이가 더욱 돋보인단다.

나무는 나 같은 게으른 여행객을 어엿비 여겨

아직도 다 떨어지지 않고 고아함을 보여준다.

 

 

 

 

 

그 동백꽃만큼이나 따뜻한 마음으로

부처님의 자비와 지혜의 충만함에 덕을 기원하며

연등이 무겁도록 이름자를 빼곡이 적어 올린다.

 

 

 

비가 오기에 더 한적한 도량의 곳곳은

조용하고 평화스런 불국토를 이루고 있다.

 

 

 

성보박물관.

뭐가 있나하고 다가갔더니

어리석은 속인의 눈에는

성보박물관聖寶博物館 글씨 다섯 자 뿐.

 

 

 

 

아무것도 못 봤을까?

이 문은 성보박물관이요.

저 문은 지장보궁地藏寶宮이었는데..

 

 

 

 

도량을 뒤로하고 천왕문을 나선다.

나도 선정의 경지에 부처가 되어

이 연등길을 따라나서면 얼마나 좋을꼬!

 

 

 

 

뒤돌아본다.

마음에 욕심만 가득하여

모든 것 통째로 얻고 싶다.

 

 

 

 

무지렁이 중생들은

오늘도 호구지책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조금 전의 연등 행렬에 의미도 까마득 잊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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