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셋째 주
봉화대의 연기처럼 피어오르는 산불연기
어느 몹쓸 치인이 또 저런 우를...
하산길이라
오토바이를 탄 산불 감시원의 권유에도 힘이 빠져
감태봉까지 불 끄러 올라갈 용기가 나질 않았다.
공산댐 옆의 감태봉
정상에 오르면 금호강과 대구시내의 반경이 훤하다.
감태봉에서 구절송을 지나 봉무공원으로 향하는 가벼운 산행은
어느 명산 못지않은 멋진 코스로 우리 동네의 자랑이다.
소나무 숲과 아카시아 군락
한편엔 원시림 같은 오솔길이라
휴일에는 말할 것도 없고 평일에도 많은 사람들이
새벽운동과 또는 온종일 즐거운 산행으로 하루를 보내는 곳이다.
어느 몹쓸 놈의 짓인지
좋은 수림을 처절하게도 태워놨다.
불탄 재가 뿌옇게 덮인 오솔길
푸석한 흙먼지가 되어 바짓가랑이를 엉망으로 만든다.
2주가 지났는데 아직도 탄내가 다 가시지 않았다.
그나마 큰 다행은
구절송이 온전하다.
구절송을 살리기 위하여 무지 애를 쓴 모양이다.
그 주변 운동시설과 함께 손바닥만큼이나 겨우 살려 놨으니.
불을 끄는 소방헬기들과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큰 고생을 하였을꼬!
나를 위하여
솔방울 하나가 조그만 씨를 뿌리고
파란 새싹 하나가 모여 푸른 숲을 이루며
삼라만상을 아름답게 한다.
삶과 세상
그것이 아름다워 보일 때
그 아름다움에 양만큼이나 많이 성숙하나보다.
아등바등
먹잇감을 찾아 눈치껏 움직이는
조그만 들쥐의 분주함도 아름다워 보이고
사자머리에 제왕처럼
어슬렁어슬렁 누울 자리를 찾는
야수의 느린 움직임도 아름다워 보인다.
아름다운 삼라만상
세상살이에 아직도 미숙한 사람들이라
모든 것이 어둡게만 보이는가?
산불 뿐이랴!
귀가 따갑도록
색깔이 바래도록
배우고 또 배워도...
'감로의 곳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똥인지 된장인지 갸우뚱하며... ㅎㅎㅎ (0) | 2009.06.04 |
---|---|
귀여운 방울토마토의 꽃을 보다가. (0) | 2009.05.28 |
옛날 옛날 한 옛날. (0) | 2009.05.01 |
아들.. 고마워~ (0) | 2009.04.28 |
벚꽃 핀 팔공산. (0) | 2009.04.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