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없는 망종(亡種). 잘생긴 독 못생긴 독 잘 익었는지 어떤지 구수한 맛의 깊이가 얼마나 될까하며 만추晩秋에 푹 삭은 된장과 간장의 맛을 보려 면면을 훑어본다. 60쯤 되면 맛과 향의 품성이 자리를 잡았을 것이라 더 이상 어찌할까 아무런 대책이 없다. 별로 늙지도 않은 멀쩡한 사람이 목욕탕에 들어온다. 뒤적뒤적 칫.. 감로의 곳간 2009.10.20
아~ 요게 가을인가? 여보게들 가을이 뭔지 알기나 하시는지. 노년의 낭만에 노을빛 가득 담고 유유자적 낙엽수 산책길을 멋있게 거니노니 아~ 요게 가을인가? 가을의 찬바람은 볼을 시리게 한다. 사계(四季)의 묘함. 가을은 풍요와 허무의 감정이 교차하는 묘한 계절이다. 아직도 젊은 초로에 든 쓸쓸한 아낙들의 텅 빈 마.. 감로의 곳간 2009.10.14
싫다. 귀가길이 조금은 피곤한가보다. 기차에 몸을 싣고 차창 밖을 보는 둥 졸음에 빠진다. 거슴츠레 실눈을 뜨니 모든 게 다 싫다. 모든 게 다 귀찮고 싫다. 싫다. 그런 마음이 들면서도 노란빛 짙어가는 들녘의 풍경만은 아름답다. 뜨겁지 않은 햇볕의 쪼임도 좋고 구슬프지 않은 음악의 흐름도 은근하니 좋.. 감로의 곳간 2009.10.11
좋은 가을날. 잠시 끈을 놓쳐버렸다. 흐트러진 머리속의 잡념을 묶은 끈을 놓으니 괜히 십악참회의 글귀가 떠오르게 되고 정구업진언(淨口業眞言)을 읊게 된다. 좋은 가을날 하늘이 높고 푸르니 몸속 머물러 맴돌기만 하던 고루함이 기상을 한다. 구업(口業)을 지으며. 로맨스와 불륜이라! 나이 60이 되어서도 로맨.. 감로의 곳간 2009.09.23
가을은 점점 깊어만 가겠지. 뭔가 좀 빈 느낌이 든단다. 정상에 올라와서 허전함을 느끼니 주머니를 뒤적거린다. 칠십의 연세쯤 되 보이는 동네 어른의 가벼운 초조함에서 계절의 느낌은 노인네에게서도 비켜서지는 않는 모양이다. 맑은 하늘의 가을이다. 먼 산 팔공산의 능선이 너무나 선명하여 눈 밝은 젊은이들이라면 동봉의 .. 감로의 곳간 2009.09.18
함량미달. 몸매는 그럭저럭 비만도 아니고 허우대는 멀쩡하니 적당한 큰 키에 어찌 보면 얼굴에 교태의 끼도 조금 엿보인다. 남보다 특별난 악기 다루는 솜씨가 있어서일까? 언제나 그 시간 흙먼지 솔솔 이는 비포장 산책길에 하얀 강아지의 발바닥과 온몸에 흙과 오물을 묻히며 그는 그만의 애견을 데리고 늘 운.. 감로의 곳간 2009.09.09
감자바우 홀아비..ㅎㅎ 하루 한 끼 저녁을 고구마로 때우다가 강원도 햇감자가 나오면서 당분간 메뉴를 감자로 바꿨다. 고구마는 여주고구마가 맛이 있고 감자는 역시 강원도 감자가 제맛이다. 농산물 시장에서의 가격도 2배나 차이가 난다. 서방님이야 어찌되든 마눌은 홀로 서울엘 가고 며칠을 홀아비신세가 되어 늘 하던 .. 감로의 곳간 2009.09.05
늙으면 고집통머리가 되는가? 삼라만상 눈에 보이든 안보이든 세상의 모든 형상 순간순간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 이제 가을이라 풀잎의 색깔도 제법 누런빛을 띈다. 며칠 가뭄이 왔다고 산책길의 임로에는 먼지가 풀풀 인다. 삼라만상 매순간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 우리들, 친구들 모두가 가을빛이다. 마음은 청춘이어도 모습은 .. 감로의 곳간 2009.09.04
89세 고령의 거울에. 매일 다니는 산책길엔 신기하게도 모기가 없다. 비온 뒤 개울가의 버릇없는 고약한 개구리는 모기 유충도 잡아먹었을까? 일찍 핀 코스모스의 가냘픈 꽃을 보며 벗삼아 먼 길을 걷노라면 나 자신도 예쁜 꽃이 된다. 예쁜 소녀의 꽃마음이라 따가운 햇볕에 팔이 그을릴까 가끔 토시를 한다. 토시 속이 따.. 감로의 곳간 2009.08.27
오방떡 소녀. TV를 켜니 스카프로 곱게 두건을 만들어 쓴 잘 생긴 묘령의 여인이 눈에 들어온다. 생긋 미소를 지으며 뭔가 이야기하는 모습에 으레 삼류 연예인인가 채널을 돌리려다 한 박자 늦추며 미소 뒤에 숨겨진 절절한 사연의 블랙홀에 잠시 빠져들었다. 오방떡 소녀.. 스스로 둥글넙적 편하게 생긴 오방떡이.. 감로의 곳간 2009.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