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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에서.

내가 사는 곳에서 속초까지는 천 리 길이다. 너무 먼 곳이라 한해 한 번쯤 여행을 오니 올 적마다 서먹하다. 해거름 익숙하지 않은 도로 금강대교를 건너 아바이마을로 향한다. 산 좋고 물 맑은 곳곳을 쏘다니다 보니 심신이 피곤하여 앉을 자리가 있으면 그곳이 좋은 쉼터이고 눈에 보이는 것이 다 명승이다. 해변의 저편에 속초항 국제크루즈터미널과 건물보다 더 큰 배가 보인다. 할멈은 벤치에 축 처져있고 나 홀로 아바이마을의 간이해수욕장 해변을 산책한다. 실향민들의 주거지 쪽은 좀 그렇지만 해변은 아름답다. 뱃사람도 아닌 게 잔잔한 바다의 등대만 보면 늘 마음이 설렌다. 괜시리 누군가를 기다리는 애절한 싯귀가 떠올라 그런가 보다..^^ 1950년 김일성이 일으킨 지독한 육이오전쟁. 피난 내려온 함경도 실향민들이 ..

아름다운세상 2022.01.18

통장 잔고 200억!

소원지에 적힌 소망의 글이 걸작이다. 내가 신이라면 오늘 밤 잠시 헛꿈이라도 꾸게 해줄 건데..^^ 소망의 글? 풍성한 몸뚱이의 포대화상은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늘 저기에 앉아 웃음 가득 표정으로 동전 세례를 받고 있다. 낙산사의 후문 의상대 쪽으로 들어오며 빼곡히 붙어 있는 소원지를 보노라니 세월의 흐름이 느껴진다. 세태는 변하여도 긴 세월에 자연의 풍경은 그대로다. 하지만 하늘의 뜬구름을 보니 한때의 부귀영화를 누리던 정치꾼들을 보는듯하다. 1925년에 지었다는 의상대. 가만 생각해보니 수없이 왔었지만 멀리서만 봤을 뿐 단 한 번도 정자 가까이에 가본 적이 없다. 해변의 난간에서 홍련암과 의상대를 번갈아 본다. 역시나 홍련암에도 수없이 왔었지만 단 한 번도 법당에 든 적이 없다. 할멈은 법당에 들고 나..

아름다운세상 2022.01.11

남양주 정약용유적지④

다산 정약용유적지의 실학박물관에 전시된 해시계 다. 1434년 장영실이 가마솥 모양으로 만들어 시간과 절기까지 알 수 있는 자랑스런 명물이란다. 그 시절에는 외래정보력이 빵점이었던가? 외국에서는 기원전 훨씬 전부터 사용하던 물건이었다는데..^^ 18세기에 실학자 유금(柳琴)이란 분이 만든 동아시아의 유일한 천문시계 가 전시되어 있다. 이 시계의 기원은 14세기 고대 그리스 시대이며 이슬람들이 기도하는 시간을 맞추기 위하여 많이 사용하였다 한다. 1669년에 만들었다는 다. 물레바퀴의 동력으로 움직이며 시간과 천체의 위치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체코의 프라하에 갔더니 1410년에 만들었다는 가 문득 떠오른다. 제3전시실에는 해시계나 천문시계뿐 아니라 동서양의 별자리까지 영상으로 보여준다. 성호 이익(星湖 ..

아름다운세상 2022.01.07

남양주 정약용유적지③

개관 12주년 기념 특별전이 열리는 다산 정약용유적지의 실학박물관을 둘러본다. 옛길을 이야기하는 고리타분한 공간이려니 생각하며 박물관 로비에 들어섰더니 실내의 분위기가 무척 깔끔하다..^^ “경기 옛길, 상심낙사(賞心樂事)의 길을 걷다.” 복이 많아 막 개장한 기획전시 특별전에 때맞춰 왔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정호승 시인의 에 한 구절이 화면에 떠 있다. “길에는 주인이 없다.” “사람은 집에서 멈추고 길에서 간다.” 뻔한 글이지만 첨 보고 느낌을 얻는 듯한 문장이 사방에 천지삐까리다. 오늘 집까지 갈 길이 먼데 2013년부터 조성되었다는 역사문화탐방로 을 보며 떠나야 할 시간을 까먹고 이곳 옛길에서 방황한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쳐지는 곳이 두물머리가 되고 팔당호도..

아름다운세상 2021.12.27

남양주 정약용유적지②

정약용유적지에는 그의 생가도 있고 묘지와 사당도 있다. 태어난 곳과 생을 마감하고 묻힌 곳을 함께하며 기념관과 문화관까지 한 울타리 안에 있다니 그분 살면서 복도 참 많이 잘 지으셨다..^^ 기념관에서 정약용의 가계도와 학풍. 그리고 유배의 길과 머문 곳 등등을 보며 정약용의 생각까지 글로써 듣고 읽는다. 벽면에 송별(送別)이란 정약용의 시 한 수가 적혀있다. 한문의 문장은 생략하고 한글만 옮겨본다. 역정에 가을비 소슬하니 님 보내기 서러워 머뭇거리네 멀고도 먼 이 고을 강진 땅 뉘라서 다시금 찾아주려나 반자가 신선이 되어 가는 길 내 어찌 가히 바라겠는가만 이릉은 마침내 한나라로 돌아올 기약조차도 없었으니 아직도 유사의 그 일필휘지 뽑내던 일 눈앞에 삼삼한데 어찌 차마 말할 수 있으리오, 상감님이 돌아..

아름다운세상 2021.12.19

남양주 정약용유적지①

정약용 선생 생가가 있는 남양주 마재마을. 마을 입구에 다산문화관이 보이며 문화관을 통과하여 생가로 들어간다. 조선시대 최고의 실학자 정약용 선생이 태어나고 생을 마감한 곳이라 문화관과 기념관 내부에 볼거리도 많다만 생가부터 둘러보기 위해 곧바로 통과한다. 생가의 넓은 마당에는 가을의 전경이 펼쳐진다. 저번에 왔을 땐 너무 늦은 시간이라 아쉽게도 그냥 지나쳤지만 이번에는 용케 입장하였다. 선비의 성품답게 생가에는 군더더기 하나 없이 아주 말끔하다. 취향에 꼭 맞아 마당 구석구석을 산책하며 그의 검소함과 청렴함을 느껴본다. 나라에서 정약용 선생에게 내려준 시호가 문도(文度)이며 그 시호를 딴 사당인 이곳 문도사(文度祠)에서 해마다 남양주 시민들이 주체가 되어 추모제를 지낸다고 한다. 묘지 아래 비석에는 茶..

아름다운세상 2021.12.12

설악산의 비룡폭포

설악산 소공원에서 남쪽의 비룡폭포로 향하면서 바짝 마른 쌍천의 비룡교 너머 울산바위를 바라보니 여러 번 올랐던 지난 생각에 감동이 벅차오른다. 근래에 손본듯한 초입의 길을 지나서 숲길로 들어서니 금강송이랑 키 큰 나무들의 숲이 장관이다. 폭포 입구까지 2km쯤의 자연관찰로 숲길을 걷다 보면 볼거리도 제법 있다. 수년 전부터 세워둔 자연해설안내판 을 보며 뭐였더라? 기억에 첨 보는 듯 숲속의 바위는 누가 부술까? 하며 들어가 본다. 소공원에서 육담폭포를 지나 비룡폭포까지만 갈 거다. 최고의 절경 토왕성폭포는 너무 높고 가파른 계단의 연속이라 노장들에게는 무릎관절을 갈아 끼워야 할 만큼의 불편한 코스다..^^ 폭포가 시작되는 여기부터 비룡폭포까지는 오르막길 400여 미터. 계곡 가의 오르막 산길 험한 곳에는..

아름다운세상 2021.12.09

아침고요수목원②

수목원의 명물 이다. 천년의 향나무를 보노라면 신비한 고고의 자태에 경탄을 금치 못한다. 어찌 보면 분재인가 싶기도 한 신비의 거목이다. 안동의 수몰 지역에서 옮겨왔다는 마을 지킴이의 신성한 당산목은 1,000년의 연세에도 용케 살아남아 이곳의 상징목이 되었다. 보송보송 솜털 같은 풀잎에 혹하여 어떻게든 예쁜 모습을 사진기에 담아보려고 애를 섰지만... 예쁜 오두막과 교회가 있는 의 숲속이다. 보노라니 재밌는 동화 가 문득 떠오른다. 소박한 작은 마음의 연인들이 기도하는 하얀 교회? 겉모습처럼 문을 열어보면 작은 제단에 달랑 촛불 하나를 상상한다. 밝은 빛에 나뭇잎이 환하게 보이니 저기가 일까? 을 따라 희망의 밝은 곳을 향하여 걷는다. 작은 연못과 개울에 구름다리가 있는 이다. 물을 좋아하는 식물들이 ..

아름다운세상 2021.11.29

아침고요수목원①

경기도 가평의 축령산 자락 이다. 아름다운 한국 그곳 에 첨 왔을 때의 감동이 수년이 흘러도 좀체 잊히지 않아 이 먼 곳을 또 찾았다. 무식하였기에 수년 전 여기에 와서 첨 봤던 가 아직도 너무 아름답다. 겨울 추위에 월동도 못 한다는 미국산의 잡초가 이렇게 고울 수가 있을꼬!..^^ 초가삼간 뒤뜰 정원에 꽃을 심고 양지바른 툇마루에서 오수에 빠지다 보면 흐릿한 정신의 노인네는 지금이 봄인가 가을인가 오락가락..^^ 자그마한 초가집 뒤편으로 수목원 주인장인 는 뒷동산에 오르는 꽃길도 아담스럽게 만들어 놓았다. 여기서 살라면 좋겠나? 할멈에게 물어보니 고개를 살랑살랑 흔든다. 잠시 가끔씩 들려서 아름다운 가을을 즐기기는 좋아도...^^ 뒷동산 나지막한 언덕에 올라 내려다본다. 아름다운 수목의 터전은 원래 ..

아름다운세상 2021.11.25

오대산의 월정사(2021,10월)

가을이면 가끔씩 찾아오는 월정사. 긴 다리를 건너 성지로 향하며 다리 이름을 보고 온다는 게 또 까먹고 그냥 왔다..^^ 다리를 건너며 우측으로는 전나무 길. 좌측으로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의 절경은 서방정토 상원사에서 내려주는 자비의 전경이다..ㅋ~ 해 걸러 또 왔지만 올 적마다 이곳의 아름다운 풍경은 하나도 변한 게 없다. 내 눈이 점점 침침하여 초점이 흐려질 흐릿할 뿐..ㅠㅠ 가을의 황금빛이 좋은지 아니면 가을의 맑은 물이 더 좋은지... 인성이 고우면 세상이 다 아름답게 보인다. 오대산 월정사란 현판이 걸려 있는 용금루(湧金樓)가 보인다. 용금루를 지나며 계단을 오르면 팔각구층석탑과 적광전(寂光殿)의 경내가 펼쳐진다. 속세를 떠나 불계로 들기 전. 그곳보다 더 아름다운 세속의 전경과 전나무 숲을 ..

아름다운세상 2021.11.12